“이게…에이스…….” 야마구치가 몸을 가볍게 떨면서 카게야마를 집어삼킨 구와 함께 아사히를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그의 시선 옆으로 누군가 스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그곳에 보이는 건. 설마. 물에 집어넣어진 카게야마에게로 아사히가 천천히 걸어갔다. 물이 그가 갈 길을 따라 열리 듯 벌어졌다. “건네줘야겠어.” 아사히가 일렁이는 구 안의 카게야마에게로 음성을 ...
숨 막히는 공기의 흐름이다. 눈을 감게 하고 숨을 못 쉬게 하고 입을 못 열게 하는 압박은 손가락 끝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그 팽팽한 공기의 흐름은 얼마 가지 않아 갈라지 듯 벌어졌다. 카게야마의 주위로 튀어 오르는 스파크는 바닥을 타고 흘러갔고 옆에 있던 히나타도 손을 들어올렸다. 빈 공간을 천천히 채워나가는 빛들은 면밀하게 공간을 채웠고 그를 본 스가와...
자, 사기도 채워졌겠다. 인원도 채워졌겠다. 부족한 거 하나 없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이뤄지느냐. 이겠지. “룰은 간단해 이곳 어딘가에 뭘 좀 숨겨놨어.” “네?” 앞뒤 자르고 숨겨놓았다는 그의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끝까지 들어. 타임리미트는 한 시간.” 그가 전에 보았던 초커 두 개를 들어올렸다. 그때의 게임에서 스가와라와 엔노시타가...
까만 밤에 가깝게 닿은 창문 틈으로 토도독 거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아…….” 천천히 떠진 눈동자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맺힌다. 한번, 두 번 깜빡. 깜빡. 부스스 몸을 일으킨 히나타가 고개를 들어 올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밤하늘.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운……. 히나타… 히나타…! 방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놀랐는지 몸을 흠...
꼼지락, 꼼지락. 책상 위로 엎어져 양 손이 꼼지락, 꼼지락 천천히 움직였다. 툭 튀어나온 투명한 입술도 일그러진 미간과 곧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망울은 누가 보아도 어린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심심하다. 심심해. 아무도 없고.” 장 난치 듯 천천히 움직이는 두 검지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다이치와 스가와라는 순찰, 타나카와 니시노야는 외부 임무, 엔노시...
저벅저벅. 잔디를 살포시 밟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그 하얀 손에 쥐어진 오래된 종이 위로는 선 몇 개의 간단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경계 입구의 표지판을 한참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지도 속 도착지는 얄밉게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으아, 정말로 모르겠어.” 머리를 잔뜩 헝클이며 울상을 짓던 그가 애꿎은 표지판만 ...
“너에게 넘기겠다.” 담배를 문 채 녹차 잎을 따고 있는 남자 뒤로 고령의 노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네……?” “키워봐라.” 남자의 담배 부스러기가 바닥으로 똑 하고 떨어졌다. 굳어진 남자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을 막을 수는 없어. 나는 너무 늙었다.” 노인이 새벽녘의 하늘을 보며 낮게 속삭였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어린...
부드럽게 흐르고 있는 공기가 딱딱하게 굳어 가는 것이 피부위로 느껴졌고 튀어 오르던 하얀 스파크도 녹색의 전기 기류도 굳어져 움직임이 멈춰졌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로. 그가 동공을 움직여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가늘게 뜬 눈동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흔들림 없이 그렇게 있었다. 카게야마가 뒤로 물러서자 뻣뻣했던 공기가 부드럽게 흘렀다. 찌릿찌릿 했던 전기도 스...
다이치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안으로 들어섰다. 느릿하게 들어오는 햇살이 건물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사막화된 안. 낡은 종이 뭉치들 사이로 떠오른 먼지들이 눈앞을 자욱이 가로막고 있었다. 작은 운동화가 모래사이를 비집으며 거칠게 미끄러졌다. “히나타” “괜찮아요.”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모래 바람 사이로 들려오자 히나타가 미끄러진 몸...
찰랑거리는 소리.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 긴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발목 까지 차오른 물. 울렁이는 물결 밑으로 보이는 발. 이건 꿈이려나. 아니면 현실이려나. 광활한 곳에 서 있는 건 오로지 나 혼자였다. 보이지 않는 수평선 까지 물이 가득 차 있는 곳. 들려오는 건 그저 잔잔하게 불...
“거래하는 게 어때.” “어디 들어나 보죠.” 츠키시마가 못마땅한 표정을 하며 옅게 숨을 내쉬었다. 오이가와가 양 손을 들고서 어깨를 들썩이며 부드럽게 그들에게 말했다. “새. 돌려줬으면 해.” “짐작대로네요.” “손끝하나 건들이지 않고 풀어줄게. 그 뒤로 일절 관여하지 않겠어.” 이 강력한 증폭을 뚫고 나간다고 해도 저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츠키...
“뭐하자는 거야 까마귀 새끼.” “그러게요.” 마츠카와의 말에 츠키시마가 어깨를 끌어올리며 일소했다. 마츠카와 곁에 있던 킨다이치가 난관 위에 서서 다가오는 카게야마에게 검지를 치켜들고 소리쳤다. “카게야마. 너를 죽이는 건 나다.” 그의 말에 멀리서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낮게 흐트러지며 들려왔다. “전에 말했을 텐데. 죽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히나타의 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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